새로운 시스템에서 Spin Transfer Troque가 다시 부활하다
Rediscovery of Spin-Transfer Torque in a new system
새로운 시스템에서 Spin Transfer Troque가 다시 부활하다
Rediscovery of Spin-Transfer Torque in a new system
“spin transfer torque” 줄여서 STT.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애환이 닮긴 그런 단어. 거의 사라졌던 그 STT가 다시 부활했다.
STT가 등장한 것은 90년대 후반,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이다. 거대자기저항효과 (GMR)이 발견되고 얼마 후, GMR의 반대 효과가 예측되었다. 그 핵심 아이디어는, “전류를 이용해서 자화를 제어할 수 있다”는 것. 그 아이디어의 이면에는 “자석은 전자의 스핀에서 나오니, 그렇다면 자석에 전자의 스핀을 주입하면 자석의 방향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단순한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단순한 생각이 1999년 실험적으로 입증이 되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STT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STT라는 것이 물리적으로 새로운 현상이고, 이러한 현상을 이용하면 아주 효과적으로 자석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응용적으로도 아주 가치 있는 그런 현상이었다. Spintronics라는 분야에 너무나 적합한 그런 주제였던 것이다.
사람들이 STT를 연구한 것은 크게 3가지였다. 첫 째, 자석에 스핀을 주입해서 switching시키는 것이다 (magnetization switching). 두 번째, 자석에 스핀을 주입해서 계속해서 precession하도록 하는 것이다 (magnetization oscillation). 마지막 세 번째는 domain wall에 스핀을 주입해서 이동시키는 것이다 (magnetic domain wall motion). 이러한 세가지 실험을 여러 그룹에서 시도하였고, 실제로 스핀 주입에 의한 switching, oscillation, domain wall motion이 측정되었다. 각각은 MRAM, Microwave oscillator, Racetrack memory라는 응용소자의 개발로 이어졌고, MRAM은 올해 초, 드디어 상용화가 되었다.
STT는 물리적으로 아주 단순한 “각운동량 보존” 원리에 입각해서 작동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자석이라는 것이 전자의 스핀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내가 외부에서 반대 방향 전자 스핀 하나를 넣어주면, 자석 내부의 전자 스핀이 하나 뒤집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석에 100개의 스핀이 있다면, 내가 외부에서 100개를 넣어주면 뒤집을 수 있다는 단순한 그런 보존원리에 입각해서 설명이 된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STT가 실험적으로 발견되어서 신난 과학자들은 더 다양한 실험을 하였고, 그로부터 STT의 크기를 유추하였는데, 이상하게 그 값이 너무 크게 나오는 것이다.
실험값이 이론적 예측값과 맞지 않으면, 이론가는 “실험을 잘못했겠지?” 라고 생각할 것이고, 실험가는 “이론은 이론일 뿐” 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럴 때, 두 그룹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법은 “여기에 뭔가 새로운 것이 있다”라고 얘기하는 것이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non-adiabatic STT이다. 기존의 STT는 adiabatic STT라고 이름 붙이고, 이걸로는 도저히 크기가 설명이 안되기 때문에 non-adiabatic STT라는 것이 존재해야 한다고 퉁치는 것이다.
간단히 설명을 하자면, domain wall과 같이 spin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하자. 여기에 전자가 지나간다면, 전자의 스핀은 domain wall의 magnetization방향을 따라서 움직일 것이고, 이런 것을 adiabatic이라고 한다. 그런데, domain wall의 폭이 아주 짧으면 지나가는 전자가 미쳐 domain wall의 magnetization방향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걸 mistracking이라고 하고, 이것 때문에 non-adiabatic STT가 발생하는 것이다 (사실 non-adiabatic이라는 것은 adiabatic 이 아닌 모든 것이라는 뜻이고, mistracking은 그 중 하나의 가설이다). Mistracking이 일어나면, 전자는 미처 local moment를 못 따라가고, 그러면 local moment는 국소적으로 전자 스핀방향의 자기장으로 인식하게 된다. 즉, non-adiabatic STT는 자기장과 같은 역할을 해서 field-like torque이라고 부르게 된다.
실험가들이 domain wall실험을 하였을 때, adiabatic STT만 존재한다면 전류밀도가 $ 10^{13} A/m^2 $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실제 domain wall은 $10^{12} A/m^2$보다 낮은 전류밀도에서 움직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non-adiabatic STT가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이론가들은 열심히 이론을 만들었고.
그러고 나서는 사람들이 “도대체 non-adiabatic STT의 크기는 얼마인가?”라는 것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이 때 critical한 것은 물질의 damping parameter (alpha) 와 non-adiabatic STT (beta)의 크기 비율이다. 이 비율이 1보다 클 때와 작을 때, 시스템이 전혀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domain wall의 속도는 beta/alpha 에 비례하게 된다. 또한 alpha 가 beta보다 클 때와 작을 때, domain wall의 precession 방향이 바뀌게 된다 –이거 궁금하면 나에게 찾아오라). 어쨌든 non-adiabatic STT 라는 것이 alpha보다 크냐 작으냐, 크면 얼마나 크냐? 를 가지고 열심히 싸우던 시기가 2000년대 후반이다 (실제로, 많은 그룹에서 우리 시스템에서는 beta가 얼마다… 이런 걸로 논문을 썼다)
그러다 2010년이 되면서 세상이 바뀌어 버린다. 바로 spin orbit torque (SOT)가 등장한 것이다. 기존에 생각지도 못했던 spin Hall effect, Rashba effect등으로 spin이 주입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아주 비극적이게도 “기존에 사람들이 non-adiabatic STT라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SOT였을 가능성이 크다”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SOT가 훨씬 더 효과적으로 switching, domain wall motion등을 일으킨다는 것이 알려졌다. 또한, STT는 물질 자체적으로 결정됨에 반해, SOT는 우리가 얼마든지 물질 조합 (혹은 interface control)을 통해서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밝혀 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adiabatic STT vs non-adiabatic STT를 놓고 싸울 이유가 없어졌다. 그리고 모두 SOT로 몰려갔다. 그렇게 non-adiabatic STT는 기억속에서 사라져갔다. 그 어떤 학문적인 consensus에 이르지 못한 채로.
그러던 non-adiabatic STT가 이 논문에서 다시 등장하였다. 물론 그냥 등장한 것은 아니고, 옷을 갈아 입고 등장하였다. 무슨 말이냐 하면, 기존의 ferromagnet이 아닌 antiferromagnet 물질을 바탕으로 non-adiabatic STT가 등장했다는 말이다. 이 논문에서 우리는 최근에 집중적으로 연구한 GdFeCo라는 물질의 domain wall motion을 자세히 연구하였다. 이 물질은 인접한 non-magnet이 없으므로, SOT는 나오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전류의 영향이 측정이 되었다. 이것은 “여기에 STT가 있다” 라는 신호였다. 그러면 STT가 있는 것은 확실한데, adiabatic vs non-adiabatic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이론가는 즉각적으로 이론을 세웠고, 그로부터 재미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각운동량 보상점을 전후하여, adiabatic STT는 반대칭, non-adiabatic STT는 대칭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험가는 이러한 이론적 예측을 바탕으로 아주 주의 깊게 실험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정말 대칭과 반대칭 성분을 관측해냈다. 그로부터 STT값을 끄집어내는데도 성공했다.
이 논문은 “죽어가던 STT를 살려냈다”라는 의미가 있지만, 그것만으로 Nature 자매지에 실릴 수는 없다.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측정 결과의 가장 큰 의미는 antiferromagnetic system에서 처음으로 STT라는 것을 실험적으로 측정했고, 그 결과 “non-adiabatic STT가 굉장히 크다!”라는 것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무려 alpha에 비해서 100배 이상 큰 값이 나온 것이다. 이는 전류의 영향이 굉장히 극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고, 쉽게 domain wall을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응용적인 측면에서도 아주 좋은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면 antiferromagnet에서의 non-adiabatic STT가 어떻게 설명되는지 살펴보자. 앞서 설명하였듯이, non-adiabatic STT라는 것은 전자가 지나갈 때 local moment를 따라가지 못해서 나온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 것은 변화하는 영역이 아주 짧을 때 극적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생각해보라. antiferromagnet이라고 하는 것은 인접한 원자와 원자가 반대방향을 향한다는 것이다. 그 말은 아주 짧은 영역에서 local moment가 급격히 바뀐다는 말이다. 그러니 mistracking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non-adiabatic STT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antiferromagnet에서의 non-adiabatic STT는 또 다른 재밌는 특성이 있다. 앞서 non-adiabatic STT가 field-like torque라고 이야기 했다. Spin이 local moment방향을 못 따라가면, local moment입장에서는 torque가 아니라 자기장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재밌는 것은 antiferromagnet에서는 non-adiabatic STT에 의해서 생기는 자기장이 staggered field라는 것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antiferromanget이라는 것은 +M,-M,+M,-M 이 반복되고 있는 구조인데, +M에서 -M으로 지나갈 때와 -M에서 +M으로 지나갈 때의 자기장 방향이 반대라는 것이다 (실험데이터에서는 각운동량 보상점 전후로 non-adiabatic STT가 대칭이라는 것이 이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재미난 예측을 하나 던져주는데, non-adiabatic STT를 이용하면 자화 보상점 (magnetization compensation temperature)에서도 domain wall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non-adiabatic STT가 global uniform field가 아니라 staggered field를 주기 때문이다.
자, 위의 설명이 이해가 되었다면, 자화 보상점에서 current-induced domain wall motion을 증명해보고 싶지 않은가? 누가 해보겠는가?
저자 김갑진
E-mail : [email protected]
To cite this article:
Okuno, T., Kim, D., Oh, S. et al. Nat Electron 2 389-393 (2019)
DOI:
https://doi.org/10.1038/s41928-019-0303-5